[본문 요약]
호세아 8장부터 10장까지의 기록은 언약을 파기하고 영적 열매를 맺지 못한 이스라엘에게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심판과 포로 생활의 참담한 현실을 조명합니다. 3천 년 전, 겉으로는 눈부신 물질적 풍요를 누렸으나 그 이면은 심각하게 썩어있던 북이스라엘의 모습은 참으로 뼈아픕니다. 은을 받고 의인을 팔아넘기며 신 한 켤레에 가난한 자의 목숨을 짓밟는 그들의 비극은, 타인의 고통마저 조롱하고 양심이 마비되어 가는 오늘날 우리의 서글픈 시대상과 너무나도 섬뜩하게 닮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시대적 비극의 근본 원인이 바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부재에 있다고 깊이 탄식하십니다. 진리의 기준이 무너지니 이 땅에 진실도, 인애도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오늘 본문인 호세아 10장은 풍요로울수록 우상 제단과 돌기둥을 더 세우며 두 마음을 품은 이스라엘의 영적 간음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무성한 포도나무 같았으나 심령은 진리가 메마른 껍데기였습니다. 선지자는 영광의 장소 벧엘을 죄악의 집 '벧아웬'이라 비꼬며, 그들이 섬기던 금송아지가 앗수르 왕의 조공으로 전락하고 이스라엘 왕은 물 위의 거품처럼 멸망할 것이라 경고합니다. 나아가 사사 시대 말기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기브아의 날들'을 소환해 이들의 도덕적 타락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11절과 12절에서 하나님은 심판 너머의 회복을 말씀하십니다. 타작하기 좋아하는 암소처럼 풍요 속에서 은혜를 나누는 통로가 되길 원하셨던 하나님은, 이제 그들의 목에 멍에를 씌우고 고통스러운 밭갈이의 연단을 허락하십니다. 그리고 “공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라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는 절박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여기서 공의(체다카)와 인애(헤세드)는 선지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농사의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보이는 이 긴급한 촉구는 임박한 전쟁의 나팔 소리 앞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즉각 굳어진 마음의 밭을 갈아엎으라는 피 끓는 사랑의 절규입니다.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심판의 경고가 사실은 우리를 향한 놀라운 긍휼임을 깨닫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매로 때리기 전 잔소리하는 것은 돌이킬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책망을 받을 때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하기 급급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내 상황을 합리화하려 든다면, 이는 의로운 훈계를 거부하는 교만한 태도입니다. 참된 회개는 '내가 뭘 잘못했나요?'라는 투정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의를 심는 결단이자 용서를 구하여 하나님의 인애를 경험하는 영적 훈련입니다. 일만 달란트의 빚을 탕감받고도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감옥에 가둔 비유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하고도 이웃에게 인애를 베풀지 않는 배은망덕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진정 은혜를 아는 자는 타작마당에서 소의 입을 막지 않듯 풍요를 기꺼이 흘려보냅니다. 불완전한 우리가 매 순간 세상의 방식을 내려놓고 오직 십자가의 은혜를 의지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생명의 참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직장, 관계 속에 던져지는 거룩한 불씨입니다. 현대 사회는 잘못을 시인하면 책임과 보상의 올무에 빠질까 두려워 핑계만 대고 사과하지 않는 단절된 시대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교회마저 풍요에 취해 이념과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혐오와 다툼이 일상이 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역행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당당한 심판자가 되려는 교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미움과 다툼 속에서 판단자가 되는 대신, 사랑을 심고 분열이 있는 곳에 용서를 심는 구체적인 삶의 결단이 우리 일상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히브리서가 경고하듯,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버리고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영적 각성이 지금 필요합니다. 공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는 삶의 열매는 가장 먼저 주변의 연약한 자들을 향한 따뜻한 동정과 긍휼의 시선으로 나타납니다. 지난주 누군가를 정죄하기보다 "저 사람 참 불쌍하고 가엾다"며 기도해 준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 정직한 대면이 굳어버린 우리 내면의 묵은 땅을 기경할 용기를 줄 것입니다. 당장 나의 고집과 변명을 버리고 십자가의 은혜를 구합시다. 나를 위해 눈물로 공의의 씨앗을 심을 때, 하나님께서는 메마른 영혼과 이 땅 위에 인애라는 생명의 단비를 풍성히 내려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