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선지서를 읽으며 하나님을 떠나면 심판을 받지만, 결국 회복의 메시지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곤 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은연중에 '조금 잘못 살아도 끝만 좋으면 된다'는 안일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삶은 결코 그렇게 가볍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신자는 이러한 안일한 사고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호세아서에서 하나님은 공의를 자신에게 돌리시며 긍휼이 끓어오르는 충돌의 장면을 보여주셨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진노를 스스로 감당하시고 구원의 문을 여신 것입니다. 이 십자가의 은혜를 기억하며, 심판과 회복의 메시지 속에 있었던 실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의 신앙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본문 1절 '유다 왕 여호야김이 다스린지 삼 년이 되는 해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을 에워쌌더니'라는 말씀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짧은 구절 속에는 이사야와 미가 선지자가 무려 250년 전에 선포했던 심판의 예언이 성취되는 엄중한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사야 39장 6절과 미가 3장 12절의 예언, 그리고 22년 전 예레미야가 전한 북방의 재앙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여호야김 3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남유다가 하나님 대신 눈에 보이는 이집트라는 강대국을 의지했던 불신앙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보여줍니다. 이사야는 이미 이집트를 의지하지 말라며 그들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경고했지만, 남유다는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예루살렘 성은 포위되었고 성전의 보물은 약탈당했으며, 다니엘을 비롯한 왕족과 귀족의 흠 없는 인재들이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본문 3절과 4절은 세상적인 관점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차출되는 장면이지만, 영적인 관점에서는 언약 백성이 이방 땅으로 흩어지는 뼈아픈 징계의 순간입니다. 그러나 9절 말씀에서 하나님은 다니엘이 환관장에게 은혜와 긍휼을 얻게 하십니다. 이 구절이 진정한 본문의 핵심입니다. 성경은 다니엘 개인의 영웅적인 의지나 성공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절망적인 포로의 상황 속에서도 자기 백성을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환관장의 마음마저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주권과 긍휼에 깊은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이 말씀은 다니엘서의 주인공이 뛰어난 인간 다니엘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심을 명확히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흔히 다니엘이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을 거부한 영웅적 행위를 높이 평가하며, 우리도 그런 결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끝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세속적 성공주의가 자리 잡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위기 속에서 신앙을 지킨 평범한 자들은 많았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가 겪어야 했던 첫 번째 시련은 믿음의 가정에서 물려받은 '하나님은 나의 심판자'라는 정체성의 이름이 이방 우상의 이름으로 바뀌는 치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음식을 거부한 것은 단순한 율법적 정결의 문제였을까요? 잠언 23장 1절과 시편 141편 4절의 관점에서 보면, 왕의 진수성찬을 먹는 것은 느부갓네살 왕이 제시하는 바벨론의 거대한 비전과 부요함, 세상의 풍조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육신의 아버지가 있던 예루살렘에서는 온전한 신앙 훈련을 받지 못했던 이 15, 16세의 소년들이, 역설적이게도 먼 이방 땅에 포로로 끌려와 바벨론의 달콤한 떡을 거부함으로써 진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훈련을 철저히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현실의 고난과 깊은 좌절이 결코 하나님의 버림받음이 아님을 분명히 깨닫게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처한 직장, 가정,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현실이 마치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바벨론의 포로 생활처럼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세속의 가치관을 따르고 타협하라고 강요하며, 성공이라는 이름의 화려한 진수성찬을 내밉니다. 그러나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처지가 아니라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성입니다. 삶의 극심한 위기 속에서도 세상의 헛된 꿈을 좇는 자리에 서지 않고, 비록 이방 땅 같은 척박하고 외로운 현실일지라도 하나님을 향해 방향을 굳게 잡고 세상 풍조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는 굳센 의지적 결단이 우리 삶의 자리에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마주한 척박한 현실 속에서 진정으로 누구의 통치를 받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절망의 땅에서도 여전히 자기 백성을 돌보시며 심지어 이방인의 마음까지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그 크신 헤세드와 라하밈, 즉 변함없는 은혜와 긍휼을 기억하십시오. 타협을 권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를 지켜내는 것은 결코 우리의 얄팍한 의지가 아닙니다. 십자가에서 성소의 휘장을 찢으시며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살리신 그 주님의 깊은 긍휼에 철저히 엎드릴 때, 비로소 참된 회복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번 한 주간, 세상이 차려놓은 화려하고 달콤한 식탁 앞에서도 오직 하늘 아버지만을 묵묵히 바라보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거룩한 뜻을 정하여 하나님의 자녀답게 굳건히 서는 은혜와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게 임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